구글 볼트젬마(VaultGemma) 톺아보기: AI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구글이 공개한 볼트젬마(VaultGemma)는 어떻게 LLM의 데이터 무단 암기 문제를 해결할까요? 핵심 기술인 '차등 프라이버시(Differential Privacy)'의 원리를 쉽게 이해하고, AI 개인정보 보호의 미래를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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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19, 2025
구글 볼트젬마(VaultGemma) 톺아보기: AI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메타 설명: 구글이 공개한 볼트젬마(VaultGemma)는 어떻게 LLM의 데이터 무단 암기 문제를 해결할까요? 핵심 기술인 '차등 프라이버시(Differential Privacy)'의 원리를 쉽게 이해하고, AI 개인정보 보호의 미래를 확인해 보세요.

AI가 당신의 데이터를 ‘기억’하고 있다면?

AI 모델이 똑똑해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맡기지만, 마음 한편에는 찜찜한 질문이 남습니다. "혹시 AI가 내가 입력한 데이터를 전부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질문은 단순한 기우가 아닙니다. 실제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학습 데이터에 포함된 개인정보나 민감한 내용을 그대로 출력하는 '데이터 무단 암기' 문제는 기술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LLM의 치명적인 약점, ‘데이터 무단 암기’ 문제 제기

LLM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하며 패턴을 익힙니다. 이 과정에서 모델은 특정인의 이름, 주소, 신용카드 번호와 같이 극히 민감한 정보까지 무심코 외워버릴 수 있습니다. 이런 정보가 의도치 않게 다른 사용자의 답변에 포함되어 노출된다면, 그 파장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기업의 기밀 데이터 유출, 개인의 사생활 침해 등 심각한 보안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보안 정책을 넘어, 수학적 보증이 필요한 이유

물론 기업들은 데이터 비식별화나 필터링 같은 정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후 처리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모델이 학습 과정에서 정보를 ‘기억’하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바꾸지 않는 한, 데이터 유출의 위험은 언제나 잠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데이터 보호를 위해서는 모델 학습 단계부터 "특정 개인의 정보는 절대 학습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보증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구글의 해답, 볼트젬마(VaultGemma)의 등장

볼트젬마(VaultGemma)
볼트젬마(VaultGemma)

이러한 LLM의 근본적인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글 리서치와 딥마인드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으로 훈련된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바로 ‘볼트젬마(VaultGemma)’입니다.

볼트젬마(VaultGemma)란 무엇인가? - ‘차등 프라이버시’로 훈련된 최초의 대규모 언어 모델

볼트젬마는 10억 개 파라미터 규모의 오픈소스 언어 모델로, 가장 큰 특징은 ‘차등 프라이버시(Differential Privacy, DP)’ 라는 기술을 적용해 처음부터 끝까지 훈련된 세계 최대 규모의 모델이라는 점입니다. 기존 모델들이 학습이 끝난 후 필터링을 고민했다면, 볼트젬마는 훈련 과정 자체에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를 내장한 셈입니다.

볼트젬마는 (ε ≤ 2.0, δ ≤ 1.1e-10) 라는 강력한 시퀀스 수준의 차등 프라이버시 보증을 제공합니다. 쉽게 말해, 1024개의 단어 묶음(시퀀스) 하나가 훈련 데이터에 포함되든 안 되든, 최종 모델의 출력 결과는 통계적으로 거의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보장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은 데이터 유출 걱정 없이 AI의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게 되었습니다.

볼트젬마(VaultGemma)의 핵심 목표: 학습은 하되, 기억은 못하게

볼트젬마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데이터로부터 전반적인 패턴과 지식은 학습하되, 특정 데이터 하나의 세부 내용은 절대 ‘암기’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즉, 훈련 데이터셋에 특정인의 정보가 포함되었든 아니든, 모델의 최종 결과물에는 거의 아무런 차이가 없도록 보장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은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때 데이터 유출 걱정 없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얻게 됩니다.

핵심 기술 파헤치기: ‘차등 프라이버시’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렇다면 볼트젬마의 핵심 기술인 '차등 프라이버시'는 정확히 무엇일까요? 기술 용어는 복잡하게 들리지만, 그 기본 원리는 의외로 간단한 비유를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개념 쉽게 이해하기: ‘익명 설문조사’ 비유

여러 사람에게 "어제 야식을 드셨나요?"라는 민감한 질문을 한다고 상상해 봅시다. 모두가 솔직하게 답하면 개인의 사생활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이때 '차등 프라이버시'는 각 응답자에게 다음과 같은 규칙을 제안합니다.

  1. 동전을 던지세요.

  2. 앞면이 나오면, 진실을 말하세요.

  3. 뒷면이 나오면, 동전을 한 번 더 던져서 앞면이면 '예', 뒷면이면 '아니오'라고 무작위로 답하세요.

1.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어떻게 보호되는가? (Plausible Deniability)

만약 어떤 직원(예: 김대리)이 '예'라고 답했다고 해도, 조사원은 김대리가 정말 유출을 했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김대리의 '예'라는 답변은 두 가지 경로 중 하나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 경로 A: 첫 동전이 앞면이 나와서 진실을 말한 경우

  • 경로 B: 첫 동전이 뒷면이 나와서 우연히 '예'라고 무작위 답변을 한 경우

이처럼 특정 개인의 답변이 진짜인지 우연인지 구별할 수 없도록 만들어 완벽한 '그럴듯한 부인 가능성(Plausible Deniability)'을 제공합니다. 이것이 프라이버시 보호의 핵심입니다.

2. 전체의 통계적 유용성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Statistical Utility)

조사원은 개별 답변의 진실 여부는 모르지만, 전체 답변에 노이즈(noise)가 얼마나 섞여 있는지 수학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전체 1000명 중 절반(500명)은 진실을 말했을 것입니다.

  • 나머지 절반(500명)은 무작위로 답했으며, 이 중 약 250명은 '예', 250명은 '아니오'라고 답했을 것입니다.

만약 최종적으로 '예'라는 답변이 260개 나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조사원은 이 260개 중 무작위 답변으로 인한 예상치(250개)를 제외하면, 실제 '예'라고 답한 사람은 약 10명이라는 통계적 추론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노이즈의 양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보정하여 전체적인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것입니다.

볼트젬마(VaultGemma)의 3가지 기술적 장치

볼트젬마는 이런 원리를 LLM 훈련 과정에 적용하기 위해 ‘DP-SGD(차등 비공개 확률적 경사 하강법)’라는 기술을 사용합니다. 이는 크게 세 가지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1. 그래디언트 클리핑 (Per-Example Gradient Clipping)

모델이 학습하는 과정은 각 데이터가 제시하는 방향(그래디언트)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때 특정 데이터(예: 개인정보가 담긴 문장)가 너무 강한 신호를 보내면 모델이 그 내용을 '암기'하게 됩니다. '그래디언트 클리핑'은 각 데이터 샘플이 만들 수 있는 학습 신호의 최대 크기에 상한선을 두는 기술입니다. 덕분에 특정 데이터 하나가 전체 학습 과정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2. 통계적 익명성 확보 (Gaussian Noise Injection)

그래디언트 클리핑으로 개별 데이터의 영향력을 제한한 후, '가우시안 노이즈'라는 통계적 잡음을 의도적으로 추가합니다. 이는 익명 설문조사에서 무작위로 답변을 섞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 노이즈 덕분에 최종적으로 합산된 그래디언트 값만으로는 특정 데이터 샘플의 원래 정보가 무엇이었는지 역추적하는 것이 수학적으로 불가능해집니다.

3. 대규모 학습의 효율성 (Truncated Poisson Subsampling)

차등 프라이버시를 효과적으로 적용하려면 한 번에 매우 많은 데이터를 함께 처리하는 '대규모 배치(batch)' 학습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샘플링 방식은 매번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이 달라져 TPU 같은 최신 하드웨어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볼트젬마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Truncated Poisson Subsampling' 이라는 기법을 데이터 로딩 파이프라인에 직접 구현했습니다. 이는 항상 고정된 크기의 배치를 사용하도록 보장하여, 2048개의 TPUv6e 칩을 활용한 대규모 병렬 학습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만든 핵심적인 기술적 개선입니다.

기존 LLM 학습 vs. 볼트젬마(VaultGemma)의 차등 프라이버시 학습 방식 비교

구분

기존 LLM 학습 방식

볼트젬마의 차등 프라이버시 학습

목표

데이터의 패턴을 최대한 정확하게 학습

데이터의 패턴은 학습하되, 개별 정보는 보호

핵심 과정

데이터의 특징을 그대로 모델에 반영

학습 신호의 크기를 제한하고, 의도적 노이즈 추가

데이터 영향력

특정 데이터가 모델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음

어떤 데이터도 모델에 큰 영향을 줄 수 없음 (수학적 보증)

결과

성능은 높지만, 데이터 암기 및 유출 위험 존재

데이터 유출 위험은 없지만, 약간의 성능 저하 발생

볼트젬마(VaultGemma)의 기술적 명세와 현실적 성능

그렇다면 강력한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을 갖춘 볼트젬마의 구체적인 사양과 성능은 어떨까요?

아키텍처 및 주요 스펙

볼트젬마는 구글의 경량 모델인 젬마(Gemma) 2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며, 주요 스펙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모델 크기: 10억 개 파라미터

  • 아키텍처: Decoder-only Transformer

  • 어텐션: Multi-Query Attention (MQA)

  • 컨텍스트 길이: 1,024 토큰

10억 파라미터는 최신 거대 모델에 비하면 작은 크기지만, 특정 목적의 연구나 민감 데이터를 다루는 파인튜닝 용도로는 충분히 활용 가능한 크기입니다.

성능의 트레이드오프: 프라이버시를 위한 현실적 타협점 (GPT-2 수준)

차등 프라이버시 기술은 필연적으로 성능 저하를 동반합니다. 학습 과정에 의도적으로 '노이즈'를 섞기 때문에, 모델의 정확도가 비공개(Non-private) 모델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볼트젬마의 성능을 학술 벤치마크에서 테스트한 결과, 약 5년 전 모델인 GPT-2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1]

VaultGemma 1B와 비개인 정보 보호 모델(Gemma3 1B) 및 기존 기준 모델(GPT-2 1.5B)의 성능 비교
볼트젬마(VaultGemma) 1B와 비개인 정보 보호 모델(Gemma3 1B) 및 기존 기준 모델(GPT-2 1.5B)의 성능 비교

벤치마크 (Benchmark)
[2]

VaultGemma 1B (DP)

Gemma 1B (Non-Private)

성능 차이 (DP로 인한 하락)

ARC-C (상식 추론)

26.45

38.31

-11.86

HellaSwag (상황 이해)

39.09

50.84

-11.75

PIQA (물리 상식)

68.00

72.88

-4.88

BoolQ (질의응답)

62.04

67.24

-5.20

그럼에도 볼트젬마(VaultGemma)가 혁신적인 이유: 제로 암기율

성능 수치만 보면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볼트젬마의 진정한 가치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구글은 훈련 데이터의 일부(50개 토큰)를 입력했을 때 모델이 나머지 뒷부분(50개 토큰)을 그대로 생성해내는지 확인하는 '암기율(Memorization Rate)' 테스트를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볼트젬마는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는 물론, 일부만 비슷한 경우조차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DP-SGD 훈련 방식이 이론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도 데이터 암기를 효과적으로 방지했음을 강력하게 증명하는 결과입니다.

볼트젬마(VaultGemma)가 여는 ‘프라이버시 중심 AI’의 미래

볼트젬마의 등장은 단순히 새로운 AI 모델 하나가 추가된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AI 기술이 '성능'의 정점을 향해 달려가던 경쟁에서, 이제는 '신뢰'와 '책임'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기술적으로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융, 의료, R&D와 같이 극도로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분야에서 데이터 유출의 두려움 없이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을 열었습니다.

물론, 볼트젬마가 모든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강력한 프라이버시를 보증하는 대가로 일정 수준의 성능 저하라는 명확한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합니다. 또한, 차등 프라이버시와 같은 복잡한 기술을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 안정적으로 도입하고 최적화하는 것은 여전히 상당한 전문성과 자원을 요구하는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볼트젬마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AI 개발의 패러다임이 '더 똑똑한 모델'을 넘어 '더 신뢰할 수 있는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모델은 성능과 프라이버시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중요한 기술적 첫걸음이며, 앞으로 이 성능 격차를 줄이고 프라이버시 보증 기술을 더 쉽게 적용하기 위한 수많은 후속 연구와 기술 발전을 촉발할 것입니다.

개발자와 기업들은 이제 '어떻게 AI를 더 강력하게 만들까?'라는 질문과 함께 '어떻게 AI를 더 안전하게 만들까?'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볼트젬마는 그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 있는 신호탄이며, 앞으로 펼쳐질 프라이버시 중심 AI(Privacy-Preserving AI) 시대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듭니다.


참고자료

[1] VaultGemma: The world's most capable differentially private LLM

[2] VaultGemma: A Differentially Private Gem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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